조너선 아이브가 만드는 오픈AI 스피커, 애플 소송이 변수
오픈AI가 스피커를 만든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반응은 이번엔 또 뭐가 다른데였을 것입니다. 아마존 에코, 구글 네스트, 그리고 한때 국내 안방을 채웠던 클로바와 누구까지, AI 스피커는 이미 한 번 유행하고 조용히 저물었던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이 전한 그림은 조금 다릅니다. 화면도 없고 도넛처럼 생긴 이 기기는,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스튜디오 러브프롬이 손을 댔고 가격은 40만원대를 웃돕니다. 단순한 스피커치고는 야심이 큽니다.
핵심 스펙 요약
크기: 참치캔 또는 하키 퍽 수준
디자인: 도넛형, 화면 없음, 협업 러브프롬(조너선 아이브)
탑재: 카메라, 마이크, 환경 센서, 조명 및 움직이는 부품
가격: 300~400달러(약 42만~56만원)
목표 출시: 2027년
참치캔 크기에 담은 것은 움직이는 AI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이 기기는 참치캔, 혹은 하키 퍽 정도의 크기로, 화면 대신 카메라와 마이크, 각종 환경 센서를 채워 넣었습니다. 배터리로 작동해 집안 어디든 손에 들고 옮길 수 있고, 조명과 부품이 스스로 움직이며 반응한다는 점이 기존 스피커와 가장 다른 지점입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내부에서는 이 장치를 인공지능이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컴퓨터로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챗GPT 음성모드를 기반으로 대화하되, 사용자의 하루 일정이나 주변 환경을 카메라와 센서로 먼저 읽고 필요한 정보를 앞서 제안하는 능동형 방식을 지향한다는 설명입니다. 오픈AI는 이미 아이브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아이오를 6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려둔 상태였고, 애플에서 산업디자인을 이끌던 에반스 행키와 아이폰 제품 설계를 총괄했던 탕 탄까지 합류시켜 팀을 꾸렸습니다. 스피커에 이어 스마트 램프, 나아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군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격 자체도 시장 포지셔닝을 보여줍니다. 40만원대 후반이면 웬만한 보급형 스마트폰과 맞먹는 수준으로, 기존 에코나 네스트가 자리 잡았던 5만원에서 15만원대 실용형 가전과는 처음부터 다른 체급을 노린 셈입니다. 오픈AI 안팎에서는 이 스피커를 단발성 제품이 아니라, 향후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군의 첫 걸음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회사는 별도로 퀄컴, 미디어텍과 손잡고 자체 칩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입니다. 스피커 하나의 성패보다, 이 흐름 전체가 오픈AI의 하드웨어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뜻입니다.
국내 스피커들이 먼저 겪은 빙하기
이 대목에서 국내 시장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SK텔레콤이 누구를 내놓은 이후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미니, KT 기가지니까지 국내 빅테크들도 앞다퉈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한 소비자 조사에서는 AI 스피커 이용 만족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이유로는 인공지능이라기보다 저장된 정보를 서툴게 검색하는 장치에 가깝다는 지적이 꼽혔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네이버는 클로바 스피커의 애프터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하며 사실상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고 있고, 관련 조직도 클로바 대신 네이버랩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퍼진 이후 오히려 기존 스피커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날씨를 묻고 음악을 트는 수준의 명령 수행에 머물렀던 탓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챗GPT 앱 하나로 충분한 일을 굳이 스피커로 할 이유가 없어진 셈입니다.
오픈AI가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기존 스피커들이 사람의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형 기기였다면, 이번 제품은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고 개인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먼저 말을 거는 능동형 에이전트를 표방합니다. 예컨대 다음날 아침 일정이 이르다면 먼저 취침 시간을 제안하는 식의 상호작용이 내부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런 접근이 실제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네스트 역시 적자를 견디다 못해 조직을 축소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하드웨어 자체의 수익성은 오픈AI에게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구분 | 기존 AI 스피커(에코, 클로바 등) | 오픈AI 신제품 |
|---|---|---|
| 작동 방식 |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형 | 주변을 살펴 먼저 제안하는 능동형 |
| 화면·센서 | 화면 없음, 마이크 중심 | 화면 없음, 카메라·환경 센서 추가 |
| 주요 기능 | 날씨, 음악, 타이머 등 단순 명령 | 일정 예측, 개인화 제안, 대화형 상호작용 |
| 가격대 | 5만~15만원대 | 42만~56만원대 |
| 국내 사례 | 클로바 AS 종료, 사업 축소 | 2027년 출시 목표 |
소송이라는 변수
문제는 애플입니다. 애플은 지난달 오픈AI를 상대로 금속 가공 기술 등 하드웨어 관련 영업비밀을 전직 직원을 통해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제품 출시를 늦출 수 있는 가처분까지 요청한 상태입니다. 오픈AI는 기각을 신청하며 자사 제품이 애플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기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두 회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번 다툼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2027년으로 예고된 출시 일정 자체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애플 소송, 무엇이 쟁점인가
청구 내용: 금속 가공 등 하드웨어 영업비밀 무단 사용
오픈AI 대응: 기각 신청, 애플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다른 기기라고 반박
변수: 가처분 인용 시 2027년 출시 일정 지연 가능성
다만 넘어야 할 심리적 장벽도 있습니다. 카메라와 얼굴 인식 기능까지 얹은 기기를 침실이나 거실에 상시로 두는 방식이라,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스피커들이 마이크 하나로도 도청 논란에 시달렸던 전례를 떠올리면, 카메라가 추가된 이번 제품은 훨씬 민감한 반응을 부를 수 있습니다. 오픈AI가 편의 기능을 아무리 세련되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소비자가 이 기기를 집안에 들일지 말지는 성능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오픈AI 쪽에서는 정보 처리를 기기 내부에서 최대한 끝내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소비자의 판단을 돕기보다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하나로 모입니다. 국내 AI 스피커들이 먼저 겪었던 실패의 원인이 기기가 충분히 똑똑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면, 오픈AI는 그 자리를 챗GPT라는 두뇌로 메우겠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 계산이 맞아떨어지려면 2027년까지 소송과 기술적 완성도라는 두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접었던 카테고리에 글로벌 공룡이 다시 뛰어드는 모습을, 다음 세대 스마트홈 허브의 향방을 가늠하는 신호 정도로 지켜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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