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카드매출 상위 1퍼센트가 다 가져간다, 그 이유는

서울 명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사장님이라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는 걸 몸으로 느꼈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서울이라도 골목 안쪽에서 장사하는 사장님들에게 물어보면 반응이 사뭇 다릅니다. 뉴스에서는 외국인 카드 매출이 몇 년 새 열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는데, 정작 내 매장 매출표에는 그런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격차가 어디서 오는지, 최근 발표된 통계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증가율과 차지하는 비율


외국인 카드 매출, 실제로 얼마나 늘었나

한국신용데이터의 해외 카드 매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가맹점의 해외 카드 매출액은 2023년 1월 대비 9.6배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카드 매출에서 해외 카드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2퍼센트에서 1.2퍼센트로 여섯 배 뛰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최근 1년간 전체 해외 카드 매출의 65퍼센트가 서울에서 나왔고, 경기 11퍼센트, 부산 8퍼센트, 제주 5퍼센트 순이었습니다. 다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은 부산이 60.0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제주 53.1퍼센트, 서울 36.4퍼센트, 인천 35.9퍼센트, 울산 28.8퍼센트가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은 규모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성장 속도로는 오히려 부산이나 제주에 밀린다는 뜻입니다.


업종별로는 미용과 의료 쪽 쏠림이 뚜렷합니다. 서비스업 해외 카드 매출의 40퍼센트가 피부과에서, 14퍼센트가 성형외과에서 발생했습니다. 외식업은 백반과 한정식이 19퍼센트, 고기가 18퍼센트, 양식이 8퍼센트로 비교적 고르게 분산됐고, 유통업에서는 패션과 의류가 28퍼센트, 편의점이 13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결제 한 건당 금액도 내국인과 차이가 큽니다. 서비스업에서 외국인의 건당 결제액은 16만 6000원으로 내국인 4만 7000원의 3.5배였고, 유통업은 외국인 3만 2000원 내국인 1만 9000원, 외식업은 외국인 3만 3000원 내국인 2만 8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은 왜 일부 매장에만 몰릴까

여기서 골목상권 사장님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드러납니다. 전체 분석 대상 가맹점 가운데 최근 1년간 해외 카드 매출 상위 1퍼센트 매장이 전체 매출의 66.9퍼센트를 가져갔습니다. 상위 10퍼센트로 넓혀도 9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이 숫자를 매장 한 곳당 평균값으로 바꿔보면 쏠림의 정도가 더 선명해집니다. 상위 1퍼센트 매장은 매장 비중 1퍼센트당 66.9퍼센트의 매출을 나눠 가진 셈이고, 나머지 99퍼센트 매장은 매장 비중 99퍼센트당 33.1퍼센트를 나눠 가진 셈입니다. 비중 1퍼센트당 몫으로 환산하면 상위 매장군은 나머지 매장군보다 약 200배 많은 몫을 가져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외국인 카드 매출이 10배 늘었다는 통계는 전국 가맹점에 고르게 퍼진 결과가 아니라, 극소수 매장에 집중적으로 쌓인 결과라는 뜻입니다.


업종별 외국인 결제 1건당 평균 금액

서비스업(미용, 의료 등) 16만 6000원, 내국인 대비 3.5배

유통업(패션, 편의점 등) 3만 2000원, 내국인 대비 약 1.7배

외식업 3만 3000원, 내국인과 큰 차이 없음


관광특구와 골목상권, 격차의 실제 크기

위치에 따른 격차도 뚜렷합니다. 서울시 지정 관광 특구인 이태원, 명동, 종로, 잠실, 강남 등의 월평균 해외 카드 매출은 348만 3000원으로, 골목 상권 29만 9000원의 약 11.6배였습니다. 전통시장은 54만원으로 골목 상권보다는 높았지만 관광특구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방한 관광객 증가와 맞물려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로 올해 상반기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0만 99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퍼센트 늘었고,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1조 2348억원에서 2조 544억원으로 66.4퍼센트 급증했습니다. 관광객 자체는 확실히 늘고 있지만, 그 소비가 특정 상권과 특정 업종에 먼저 몰린다는 점이 이번 통계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관광특구 밖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위치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업종에 따라 위치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처럼 예약 기반으로 움직이는 업종은 상권 위치보다 예약 플랫폼 노출이나 다국어 상담 여부가 더 크게 작용하는 편입니다. 반면 외식업이나 소매업은 유동 인구와 위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에 있는 매장이라면 실질적으로 점검해볼 만한 부분은 몇 가지로 좁혀집니다. 우선 해외 간편결제 연동 여부입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트래블월렛 같은 결제 수단을 받지 못하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예 선택지에서 빠지게 됩니다. 다음은 다국어 안내입니다. 메뉴판이나 상품 설명이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로 준비돼 있는지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여행 리뷰 플랫폼 노출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포털보다 구글 리뷰나 여행 앱 후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쪽에 정보가 없으면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건 결국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혜택이 아직은 소수 매장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 두 가지입니다. 관광특구에 있지 않다고 해서 기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 준비 없이 관광객이 늘어나기만 기다리는 것과 결제, 안내, 노출 세 가지를 점검하고 준비하는 것 사이에는 실제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업종과 상권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이 통계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함께 챙겨볼 영어 포스팅 'Trump’s Birth Tourism Ban: What It Means for Korean Families in the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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